제목: 나의 조선모루
이름: * http://www.metalman.co.kr


등록일: 2012-02-14 00:55
조회수: 8378 / 추천수: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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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여섯명의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낸 조선모루.
40년이 지나 이제 나와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전통 조선모루의 윗면.
각 모서리들의 다양한 각도와 두께들. 그리고 옆면의 곡선들에 다양한 기능들이 숨겨져 있다




조선모루의 아랫면. 속이 빈 포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사용중인 서양식 모루 (Anvil). 형태와 구조 속에 많은 기능들이 마술처럼 숨겨져 있다.
이 모루는 40여년전 포항제철에서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 제작된 첫 국산 서양식 모루이다.







내 작업실에 또 하나의 소중한 도구.

지금 일반화되어 사용되는 대장간의 서양식 모루(Anvil)와 달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장간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던 조선모루.

앤빌의 멋진 형태들 구석구석에 마법처럼 마술처럼 숨겨진 기능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익힘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동양. 특히 중국과 한국과 일본의 전통 대장장이 모루는 원통형으로 전혀 다른 형태를 가진다.

그 전통적인 모루를 사용하는 대장장이도 드물어졌다.

나 역시 별다른 선택의 기회없이 서양의 앤빌 위에서 작업을 배우고, 길들어져 사용하고 있었고,

조선모루를 마주칠 기회도 없었으며, 도서의 옛 그림에서나 보던 전통모루에 별다른 흥미조차 가질 수 없었다.

최근 안성의 대장간에서 전통적인 대장간의 조선모루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모루의 단순하지만 심상치 않은 구조들과 그 것들에 숨겨진 기능과 활용성에 매료되고 말았다.


배가 약간 부른 둥근형태의 다각형. 각 모서리와 옆면의 경사면과 두께감의 변화는

전통적인 도구들을 만드는데 적당하게 요구된 형태들이며,

그 곳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기능들 속에서 망치의 힘을 그대로 받아내거나 빗겨내면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철 재료가 귀하던 1973년 어느날.

미군부대에서 나온 무쇠포탄을 재료로 일대의 대장장이 여섯명이 달려들어

두개의 모루를 만들어 내었다.

두명은 달궈진 포탄을 잡고, 네명이 큰 망치로 번갈아 두들겨 포탄의 뒷면을 넓히고

적당한 볼륨을 만들고, 모서리와 옆면의 경사와 두께를 만들고,

제대로 된 담금질을 거쳐 이 모루가 완성되었고,

안성대장간의 신인영 대장의 대장간에서 40년의 시간을 그의 망치질을 받아내다가

드디어 내게 물려졌다.


사람을 살상하기 위해 포탄으로 태어난 쇳덩이가 사람의 이로운 도구를 만들기 위해 다시 태어남과

그것의 본질을 아름답게 한 40년전 6명의 대장장이들의 땀과 손길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최고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몸으로 받아내며 지내온 지난 40년 시간들.

이제서야 내게 물려진 새로운 인연을 생각해본다.


나는 이 모루의 위에서 많은 망설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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