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질문의 책> 중에서
44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42
항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가?
무지개는 어디서 끝나나,
당신의 영혼에서인가 아니면 지평선에서인가?
하늘은, 자살들을 위해서는,
한 보이지 않는 별일 것인가?
유성이 거기서 떨어지는
그 철의 포도밭은 어디일까?
=========================================================================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예를 들면
밤은 별이 많다,별들은 파랗게 떨고 있다
멀리서,파랗게 라고 쓸까?
밤하늘은 하늘에서 돌며 노래하는데
나는 이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난 그녀를 사랑했었지, 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었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는 내 품에 있었지
끝없는 하늘 아래서 난 몇 번이고 그녀에게 입맞추었지
그녀는 나를 사랑했었지,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었어
그녀의 그 커다랗게 응시하는 눈망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문득 그녀가 없다는 생각,문득 그녀를 잃었다는 느낌,
황량한 밤을 들으며,그녀 없이 더욱 황량한 밤,
풀잎에 이슬이 지듯 시구 하나 영혼에 떨어진다
무슨 상관이랴.
내 사랑이 그녀를 붙잡아 두지 못한 걸!
밤은 별이 많고 그리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
그게 전부다
멀리서 누군가 노래한다,멀리서
내 영혼은 그녀를 잃어버린 것만으로 가만 있지 못하는가
그녀를 더위잡으려는 듯이 내 눈길이 그녀를 찾는다
내 마음이 그녀를 찾는다,그러나 그녀는 내 곁에 없다
이 많은 나무들을 하얗게 깨어나게 하던 그 밤
그 똑같은 밤
우리는,그 때의 우리는 이제 똑같은 우리가 아니다
이제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사실이지
하지만,참 사랑했었지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이를 바람을 찾곤 했었지
남의 사람이 되었겠지,남의 여자.
내 입맞춤의 이전처럼
그 목소리,그 맑은 몸매,그 끝없는 눈길
이제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사실이야 하지만,참 사랑했었지
사랑은 그토록 짧은데 망각은 이토록 길담.
오늘 같은 밤에는 그녀가 내 품에 있기 때문이야
내 마음이 그녀를 잃어버린 것만으로 가만 있지 않기 때문이야
비록 이것이 그녀가 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그녀에게 바치는 마지막 詩라고 할지라도.
=====================================================================
Pablo Neruda (Neftali Ricardo Reyes Basoalto)
1904. 7. 12 칠레 파랄~1973. 9. 23 산티아고.
칠레의 시인,외교관·마르크스주의자
현실주의자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리고 오직 현실주의적이기만 한 시인도 죽은 시인이다.
단지 비현실주의적인 시인은 자기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으며,
이것은 슬픈 일이다.
모든 것이 현실적인 시인은 모든 얼간이들까지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지독히 슬픈 일이다.
단순명료한 규칙이나 신이나 악마가 처방한 성분도 없지만,
이 두 중요한 신사들은 시의 영역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한번은 첫번째 신사가 이기고,
다음에는 두번째 신사가 이기지만 시 자체는 결코 지지 않는다.
파블로 네루다의 <추억>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