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소감
이름: * http://www.metalman.co.kr


등록일: 2010-10-24 01:05
조회수: 5157 / 추천수: 1234


요즘 애써서 클래식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많은 연주자들의 성향을 음악속에서 느끼게 되면서 재밌는 점이 많아진다.
같은 곡에 대한 구체적인 곡해석에 대한 차이들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듣고 있지만,
연주에 있어서 연주자의 개성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들려진다.
그러한 차이를 느끼면서 좋아하는 연주자와 기피하게 되는 연주자로 분류되어지게 된다.

지성과 감성 / 두뇌와 가슴 / 차가움과 뜨거움 등으로 분류되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특히 모든 문화분야의 현상분류와 마찬가지로
연주자들도 대략적으로 이 두가지 성향으로 분류되어지는 것 같다.

첫번째 부류는 악보와 악기, 그리고 연주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집중하는 연주자들이다.
악보에 대해, 악기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에 집중하고,  
완벽한 악기소리를 추구하는 연주자들이다.
작곡가의 악보와 자신의 연주기술의 완벽과의 결합을 추구하고,
이를 완벽하게 표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번째 부류는 청중들로 하여금 자신과 악기의 관계에 몰입하도록 하는 연주자들이다.
청중들에게 음악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주고,  
물론 완벽한 연주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연주기량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자체를 가지고 청중들과 교감하려 하는 연주자들이다.

두 부류 모두가 음악적 구조라는 바탕위에서 악기와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겠지만,
악보와 기교와 악기에 대한 집중에서 조금 자유로와졌으면,
작곡가를 향한 연주가 아닌, 청중을 향한 연주였으면,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교감될 수 있는 연주를 자주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램이 생긴다.
물론 이런 바램 또는 아쉬움은 내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악이 예술임이 분명하고,
작곡가와 연주자와 청중의 관계로 생산되는 정신적인 연결활동이라면
연주기술을 파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연주자라면
음악자체에 내재된 영적가치에 몰입하고, 영적인 가치를 다루어 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은 금속공예의 많은 작품들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되어지게 된다.

금속공예라는 분야의 특성상 기술적인 기법적인 측면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분야이다보니
다른 어떤분야보다도 기술적인 측면이 중시되어지고,
많은 작가들이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작품들을 통해 기술적인 성취감에 대한 도취, 과시.
그러한 만족감을 향한 맹목성으로 중독된 작품들도 보게된다.
잘 만들어진. 불가능해보이는 어려운 작업을 이겨낸 도취된 승리자를 보는 듯하기도 하다.

최근의 한 전시회를 떠올린다.
별다른 감흥없던 전시였지만,
"만들기 어려운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라는 평가가 들려왔다.
이에 만들기 힘든 것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가치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야만 했다.
가치있는 좋은 재료들과 잘 정돈된 치밀한 공정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전시장에서 작품을 만난 기억이 없다.
그저 은조각에 박혀진 예쁜 돌조각.
냉동실에서 꺼낸 느낌없는 얼음조각들과 다를바 없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영적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영적결핍.
결국 영적결핍만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표면을 매끄럽게 손질하기 보다는 작품내부의 골격이 단단히 보여져주는 격정과 안식의
소박한 비밀을 아는 작가의 작품은 아니었다고 결론되었다.
그리고 난해하고, 설득력없는 개념들 속에서
직접성이 상실된 비틀어진 언어의 착각. 그리고 긍정적인 오해를 바라는 것일까 궁금했다.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조건을 이루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금속공예의 창작활동은 분명 예술활동이고,
현대금속공예는 물리적인 정신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어져야 한다.
우리는 그 두가지 조건을 조화롭게 추구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영적결핍은 치명적인 결핍이다.
고난이도의 기술력만으로 관대한(?) 현대의 예술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

현대금속공예는 다양한 재료들을 끌어들이고 금속재료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제 그 재료들은 금속재료들과 함께 보편적인 금속공예재료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너도 나도 써대는 여러재료들과 기법들이 작품의 차별성을 주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최첨단의 생산기술을 갖춘 현대사회에서 공예라는 분야가 존재하는 이유는
현대공예작품에 첨가되는 특별한 재료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마음 속에서 꺼낸 따뜻하고 보이지 않으며, 무한하면서 풍부한 영적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마음에서 꺼낸 가장 가치있는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현대공예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확신한다.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와 다닐 샤프란은
상이한 스타일의 극과 극의 지점에 서있는 첼로의 거장들이다.
오늘 다닐 샤프란 연주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들어있는 앨범을 주문했다.
슈베르트를 향한 연주가 아닌 청중에게 거칠게 저음을 긁어대며 다가서는 직접성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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