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비가 예쁘다.
소리도 예쁘고,
경복궁의 수정전에
넓직한 화강석의 월대에 올라 섬돌에 앉아있고 싶어진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그때처럼 자판기 커피 한잔을 옆에두고,
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깨끗한 빗방울. 빗소리.
후련해지고, 시원해지고, 씻겨지고,
수정전의 월대 위에서는
그런 기분. 그런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비오는 날은 나만의 공간이 된다.
다시 나의 세상에 되돌아 나와야하지만,
나에게서 무언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씻겨지고 덜어지지 않을까.
비오는 날 운현궁의 운치도 좋다.
검정과 흰색으로 채워진 공간에서의 빗물과 그 소리.
달콤한 졸음에 스르르 눕고싶은 곳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한숨 푹 잠들고 싶다.
깨어나도 무언가 잊혀져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티끌만한 어느 것이라도 잊혀져지거나 덜어지진 않을까?
지난 더위에 수정전 월대 위에 올라
섬돌에 앉아 신발을 벗었었다.
맨발로 나는 오랫동안 허물어져 앉아 있었다.
또다시 기억이 신발에 담겨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리면
수정전 월대 위에 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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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넓적한 윌대를 차리고 그 위에 세운 이 전각은 본래 세종대왕때의 집현전이었다.
집현전 의 학사들이 주야로 글을 읽던 도서실이었다.
집현전이 폐지되고 임진왜란에 불탄 것을 고종 4년 (1867)에 재건하면서 수정전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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