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소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 곳에 꼭 들려야 하는 이유는 피카소의 주옥같은 작품들 말고도,
>금속공예가로서의 나에게 너무나도 선명하고,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의 영웅이 이 박물관의 구석구석에 자신의 흔적을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피카소박물관 구석구석에 숨겨진 그의 보물들을 찾아나서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일 것이기에 슬그머니 설레이는 마음으로 피카소 박물관을 찾았다.
>
>내게 많은 영향을 준 금속작가라면,
>단연 디에고 자코메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친형제이기도 한,
>디에고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작품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알베르토와는 또다른 심미안을 가지고 관찰하고,
>관찰되어지거나, 상상되어지 구체적 형상들을 담은
>금속가구와 건축물을 위한 설치물들을 평생동안 제작했다.
>
>오늘 박물관은 2층과 3층은 폐쇄되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적어도 각 전시실마다 놓여진 그의 의자와 벤치에 앉아보고,
>만져보고,
>그리고 중앙 홀의 천장에 매달린 그의 샹드리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도시에 머문 충분한 만족이 되었다.
>덤덤하면서, 당당한, 그리고 군더더기가 없어보이면서도,
>충분하고 꽉 채워진 느낌의 그의 작품들에
>경외감을 보낸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을 통해 생전 그의 인품을 연관지어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를 존경해 마지않는다.
>평생 한번도 전시회를 위한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들 두지 않았던,
>오로지 자신의 작품이 있어야할 곳에만 작품을 두었던...
>공예가로서의 결벽증(?)에 다시 경외감을 보낸다.
>
>겸손하게 작업실을 채우던 조용한 그의 시간들을,
>항상 쉬지않고 손이 움직여지던 그 장인의 시간들을,
>낡은 책상위에서 드로잉을 했을 그 시간들을,
>결코 낡지 않았을 그의 예리한 시각과 상상의 시간들을 상상하며,
>나는 그 의자의 반들거리는 금속질감을 하염없이 손으로 스다듬었다.
>
>구내서점에서 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나란히 놓여 판매되는
>작은 작품집을 구입했다.
>엄청난 수확이라 만족하며,,,
>서울에서 그의 큼직한 제대로된 작품집을 가진 작가를 두명 알고 있다.
>그 외엔 어디서도 그 작품집을 본적이 없었다.
>그 작품집을 갖고싶어 얼마나 속끓였던가.
>이 작은 작품집만으로 만족한다.
>충분히 내 맘에 들어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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