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리고 기억의 벌레들
이름: * http://www.metalman.co.kr


등록일: 2006-11-22 01:26
조회수: 4303 / 추천수: 801


DSCN0024.JPG (32.2 KB)

기억의 벌레들.

여름내내
두개골 안쪽에
바스락거리던
기억의 벌레들.

두개골의 안쪽에서
바스락거리며,
무엇인가를
벌레들이
갉아 먹어버렸다.

의미는 커녕
향기도,
맛도,
존재감마저
잃어버린,

길들어져있던
기억들을
벌레들이
갉아 먹어버렸다.

길들어짐이
불가능했던,
그런 기억들까지도
갉아 먹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몸뚱이 통증마저도
무감無感하게 잊어질지라도,
길들어짐이 불가능했던,
금단 증세들까지도
벌레들이
갉아 먹어버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길들어지지 않고,
고단하게
갈증했던,
카페인과 니코틴과 에틸알콜.

그리고
벌레들이 남겨 놓은
중독물과
금단(禁斷)의 구토로도
뱉아지지 않던,

중독의 기억에
기어이
허물어 지고,
쓰러졌다.

지난 여름
두개골의 안쪽에
바스락거리며,
기억을 갉아먹던
벌레들이 남겨놓은
박혀진 중독물.

기억의 벌레들이
남겨 놓은 중독물.
금단(禁斷)의 구토로
뱉아지지 않았던,
중독의 기억들.

다음 여름이면,
먹성좋은
기억의 벌레들이
다시 두개골의 안쪽에
숨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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