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어지럼증#0406
이름: * http://www.metalman.co.kr


등록일: 2004-06-17 18:32
조회수: 4094 / 추천수: 862


DSCN0024.JPG (32.2 KB)

토요일 오후엔
모두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남자는 또
작은 창이 달린
자신의 섬에
남겨진다.

오후 텅빈 주차장에
휑한 햇살이
바람에 실려와 앉는다.

그 햇살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대롱 매달려 졸고 앉았다.

너무 작은
내가  
너무 커지고 싶어서일까.
어지럼증을 앓고,

콘크리트 벽에
구름처럼
아카시아 그늘이 졸고 있다.

아카시아 밑둥엔
햇볕이
등을 기댄다.

세상은
실컷 졸고 있다.

너무 작은
내가  
너무 커지고 싶어서일까.
어지럼증을 앓고,

남자는
긴장을 잃고서,

하늘빛 좋은
오후에서 왠지
달짝한 소주냄새를 맡는다.

나비처럼 날개짓하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가
잠시 그를 속인다.

납덩이같은 오후는
기타 연주자의 묵직해진
손놀림을 따라
졸고 있다.

너무 작은
내가  
너무 커지고 싶어서일까.
어지럼증을 앓고,

그래도
그래도
사라져버린
그 세상이 너무 부러웠나.



by metalman 2004.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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