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안국역에 너를 내려주고-
이름: * http://www.metalman.co.kr


등록일: 2011-03-31 23:09
조회수: 2641 / 추천수: 518




DSCN0024.JPG (32.2 KB)








2004. 03. 04 (토) 오후 03:59


안국역에 너를 내려주고,
싸늘한 바람 속에서 적당히 눈이 부신 햇살에
싫지 않은, 너무 아프지 않은
통증을 느껴야 했다.

유채꽃과 개나리꽃, 가끔 진달레 꽃도
풍만하게 터진 목련꽃도
거슬린 듯 외면하였다.

안국역에 너를 내려주고,
나는 잠시 길을 잃었고,
나는 잠시 어지러운 멀미를 삼켰다.

빈속에 쓸려 내려가는 소주 한 모금처럼
바람이 목덜미를 핥고,

작년 봄.
나는 혼자였고,
여전히 나는 혼자일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너를 욕망한다.

이미 알아버린 모순을 삼키며
스스로 취해버리기엔
너무 늙어버렸을까?
그래도 나는 너를 욕망한다.

캄캄한 방에 놓여진 창문은
하얗게 차가운 햇살을 담고선
나를 바라본다.

내 작은 방엔
아주 오래된 노래가 혼자 흐른다.
그렇게 시간은 채워지거나
혹은 비워져가고,

나의 눈은
하얀 창문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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