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비가 내린날.
하루종일
빗속에서 동네는
선명한 기억처럼
수면에 떠올라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떠나기에
적당한 풍경.
누군가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도, 그래도
전하지 못한 심정이 있었다면,
또한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남겨두고 싶어도 할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가 떠나면,
남겨진 누군가는
화석조차 남기지 못할
이끼가 되어,
그늘 진 깊은 곳에서
연명해내던
제 생명을
태워 죽이고,
그렇게 누군가 떠나면,
남겨진 누군가는
채워내지 못한 이유들로
비릿한 통증을 앓다가,
하얗게 매마른 시신을 벗어두고
또한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다시 비가 멈추고,
다시 땅이 마르면,
마을에
뽀얀 시간이
다시 채워지면,
떠난 누군가도,
남겨진 누군가도,
기억도 남기지 못할
바람이 되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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